입춘은 봄이 시작된다고 알려 주는 날입니다. 아직 춥지만 새로운 계절이 오는 첫걸음 같은 날입니다.

입춘은 어떤 날일까요
입춘은 일 년을 스물네 부분으로 나눈 절기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보통 양력으로 이월 초에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여전히 바람이 차갑고 눈이 오기도 하지만, 자연의 흐름은 이미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해 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입춘은 눈에 보이는 계절보다 먼저 마음으로 맞이하는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니는 날씨이지만, 땅속에서는 작은 풀씨가 조금씩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매우 민감했습니다. 언제 씨를 뿌려야 하는지, 언제 비가 오는지, 언제 날이 풀리는지가 모두 중요했습니다. 입춘은 그런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새해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소중히 여겼습니다. 겨울 동안 쉬고 있던 농기구를 손질하고, 논밭을 둘러보며 새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입춘이 되면 사람들은 지난겨울의 나쁜 기운은 보내고 새롭고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긴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다시 힘을 내 보자는 뜻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춘은 단순히 달력에 적힌 날짜가 아니라, 다시 희망을 품는 날이었습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한 해를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다지는 날이 바로 입춘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살 더 자란 느낌으로 새 학년을 기다렸고, 어른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해에는 입춘이 두 번 들기도 했는데, 이런 해에는 봄을 두 번 맞이한다고 생각해 더욱 복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입춘은 자연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바람과 소망이 담긴 특별한 절기였습니다. 단순히 기온이 오르는 시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대가 자라나는 상징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춘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밝아지고, 새로운 시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입춘에 했던 재미있는 풍습들
입춘이 되면 집집마다 문에 좋은 글을 써서 붙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입춘축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려운 한자 글이 많았지만 뜻은 간단했습니다. 우리 집에 복이 들어오고 나쁜 일은 멀리 가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문이나 방문 옆에 길쭉한 종이를 붙였는데,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직접 쓰기도 하고 이웃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글씨를 쓰는 일도 정성이라고 여겨서, 마음을 다해 또박또박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입춘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붙이면 더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밤늦게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붙이지 않았습니다. 붙이는 장소에 따라 내용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부엌에는 먹을 복이 많기를 바라는 글을, 곳간에는 곡식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글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외양간에는 가축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집 안 곳곳에 가족의 소망을 나누어 담았던 셈입니다.
나라에서도 입춘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궁궐 안에서도 좋은 글을 써서 기둥에 붙였고, 학식 있는 사람들이 글을 지어 바치기도 했습니다. 또 나쁜 귀신을 쫓는다고 믿는 글을 써서 문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나라의 평안과 백성들의 건강을 함께 빌며, 입춘을 큰 행사처럼 보냈습니다. 입춘은 개인의 날이 아니라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방마다 다른 행사도 많았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 모양을 만들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풍년을 빌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는 큰 놀이를 했습니다. 농부처럼 꾸민 사람이 밭을 가는 흉내를 내고, 씨를 뿌리는 흉내도 냈습니다. 이런 놀이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모두 함께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의식이었습니다. 입춘은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웃고 즐기며 새해를 맞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입춘날 점치기와 먹는 음식
입춘에는 그해 농사가 잘될지 알아보는 재미있는 방법도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보리뿌리를 보는 일이었습니다. 입춘날 밭에서 보리를 살짝 캐어 뿌리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뿌리가 많고 튼튼하면 풍년이 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뿌리가 적으면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모습을 보고 한 해를 미리 짐작해 보려는 지혜였습니다. 이런 점치기는 단순한 미신이라기보다 자연을 자세히 살펴보는 관찰에서 나온 생활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여러 가지 곡식을 볶다가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곡식을 보고, 그 곡식이 그해 가장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체를 엎어 두었다가 나중에 들춰 보며 안에 들어온 곡식으로 운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풍습은 놀이 같기도 하지만, 농사를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며 즐거워했고, 어른들은 그 결과를 보며 한 해 농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작은 행동 속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웃는 시간이 들어 있었습니다.
입춘날의 날씨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세지 않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병도 적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반대로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거세게 불면 걱정을 했습니다. 입춘에 심한 추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며 날씨를 살폈습니다. 자연의 모습 하나하나가 삶과 이어져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먹는 음식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겨울 동안 부족했던 신선한 채소를 보충하기 위해 어린 나물을 캐어 무쳐 먹었습니다. 향이 조금 맵거나 쌉쌀한 나물도 있었지만, 몸에 기운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보리밥을 먹으면 좋다고 했고, 어떤 곳에서는 팥죽을 끓여 집 안 곳곳에 조금씩 놓으며 나쁜 기운을 쫓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빌고, 따뜻한 말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입춘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입춘은 단순히 봄이 온다는 뜻만 있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을 살피고, 음식을 나누고, 좋은 말을 붙이며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풍습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입춘이라는 말 속에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입춘이 오면 아직 찬 바람이 불어도,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